날아가는 것은 무엇인가? 시간인가, 우리인가?
10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11 누가 주의 노여움의 능력을 알며 누가 주의 진노의 두려움을 알리이까
12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 시간관리를 넘어 기도로 나아가는 시편 90편
시편 90편 10절에서 12절은 흔히 자기계발서에서 ‘인생은 짧으니 시간을 아껴야 한다’는 논리로 자주 인용되는 말씀이다. 그러나 이 본문은 단순히 효율적인 시간 관리나 나이가 들어감을 한탄하는 내용이 아니다. 시편 90편은 탄식에서 시작하여 지혜를 구하고, 결국 간절한 기도로 이어지는 영적 여정을 담고 있다.
이 말씀은 시간과 나이에 대한 성찰을 넘어, 하나님 앞에서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게 하는 ‘기도’에 관한 말씀이다. 본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것이 세상이 말하는 시간 관리 비법이 아님을 알게 된다.
📖 우리가 ‘날아간다’는 것의 참된 의미
성경은 시간이 날아간다고 말하지 않고, “우리가 날아간다”고 표현한다. 이는 모세가 사용한 독특한 이미지다. 우리가 하늘을 멋지게 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신속히 소멸해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소멸을 머리로는 인지하고 있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며 살아간다. 모세는 우리가 ‘날들을 계수함’으로써 비로소 우리가 날아가는(소멸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소멸의 인지가 지혜의 시작이다.
📖 연수가 아닌 날수를 세는 지혜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나이를 ‘연수’로 계산한다. 연수는 주로 자신의 성취를 자랑하거나 노후의 연금을 계산할 때 사용된다. 연수로 인생을 바라보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착각과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성경은 ‘날수’를 세라고 가르친다. 성경에서 ‘날(Day)’은 순종의 기본 단위였다.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매일 일용할 양식을 주셨던 것처럼, 신앙은 오늘 하루의 문제다. 예수님께서도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을 요구하셨다(눅 9:23). 인생을 날수로 계산할 때 우리는 비로소 오늘이라는 시간의 엄중함과 순종의 가치를 발견한다.
📖 현재를 사는 법: 영혼의 방향성
우리는 흔히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기라)’을 외치지만, 사실 현재는 잡을 수 없는 것이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 어거스틴은 시간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영혼의 확장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보았다. 과거는 ‘기억의 현재’이며, 미래는 ‘기대의 현재’일 뿐이다.

우리가 찰나처럼 지나가는 현재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주의(Attention)’하는 것이다. 현재 나의 영혼이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 그것이 날아가는 인생이 현재를 붙잡는 유일한 방법이다.
📖 소멸의 현실 앞에서 드리는 모세의 기도
모세는 소멸해가는 인생의 허무를 네 가지 관점으로 설명한다. 첫째, 하나님의 시간 관점에서는 천 년도 어제같이 지나간다. 둘째, 인간은 결국 티끌로 돌아가는 존재이며 우리의 성취 또한 티끌이 된다. 셋째,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꽃처럼 허무한 삶이다. 넷째, 우리는 시간을 은폐의 공간으로 쓰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은밀한 죄를 그분의 얼굴 빛 앞에 드러내신다.
모세는 이러한 소멸의 한복판에서 기도를 시작한다. 인간의 힘으로는 바르게 살 수 없음을 알기에, 매일 밤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것이다.
✨ 결론: 소멸 가운데서 누리는 기쁨
인생은 아침에 피어나는 꽃처럼 시작되지만 결국 저녁이면 시들어 마른다. 이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모세는 이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하나님께 “우리를 일생 동안 즐겁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의 기도는 구체적이다. “우리를 괴롭게 하신 날수만큼, 우리가 화를 당한 연수만큼 우리를 기쁘게 하소서.” 소멸해가는 존재인 우리가 유일하게 기뻐할 수 있는 이유는, 영원하신 하나님께서 우리의 짧은 날들 속에 개입하시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를 계수하며 하나님께 방향을 고정하는 자에게는 소멸의 허무를 넘어선 참된 기쁨이 허락된다.
📖 오디오로 정리하는 말씀
💡 말씀 묵상 Q&A
Q1. 시편 90편은 주로 무엇에 관한 말씀인가?
A1. 단순한 시간 관리나 자기계발을 위한 말씀이 아니라, 탄식과 지혜를 거쳐 기도로 나아가는 영적 원리를 담고 있다.
Q2. “우리가 날아가나이다”라는 표현의 진정한 의미는?
A2. 세월이 빠르다는 의미를 넘어, 인간 존재 자체가 소멸되어 가고 사라진다는 존재론적 허무와 한계를 의미한다.
Q3. 왜 성경은 ‘연수’가 아닌 ‘날수’를 세라고 하는가?
A3. 연수는 자랑과 여유의 단위이지만, 날수는 매일의 순종과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신앙의 기본 단위이기 때문이다.
Q4. 누가복음 9장 23절이 말하는 제자의 삶과 시간의 관계는?
A4. 제자의 삶은 가끔 결단하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는 일상의 반복임을 가르쳐 준다.
Q5. 어거스틴은 시간을 어떻게 정의했는가?
A5. 시간을 물질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영혼의 확장’으로 보았으며, 과거와 미래를 현재의 기억과 기대 속에서 이해했다.
Q6. 우리가 현재를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A6. 찰나의 현재를 잡으려 애쓰기보다, 지금 나의 영혼이 향하는 방향성을 주의 깊게 살피고 관찰하는 것이다.
Q7. 모세가 말한 인생의 네 가지 허무한 특징은 무엇인가?
A7. 하나님의 긴 시간 대비 짧음, 티끌로 돌아감, 꽃처럼 시듦, 죄가 하나님 앞에 숨김없이 드러남이다.
Q8. 시간을 ‘은폐의 공간’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A8. 사람들이 자신의 죄를 시간 속에 감추려 하지만, 하나님은 그 모든 은밀한 죄를 빛 가운데 드러내신다는 의미다.
Q9. 모세가 소멸의 현실 속에서도 구했던 기도의 내용은?
A9. 고통당한 날수와 연수만큼 하나님의 위로와 기쁨을 허락해 달라는 간절한 호소다.
Q10. 지혜로운 마음을 얻는 가장 빠른 길은 무엇인가?
A10. 자신의 소멸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얼굴 빛 앞에서 매일의 삶을 계수하며 기도로 나아가는 것이다.

